단골 노릇도 십 년을 넘기니, 이제는 마담이 건네는 빌지보다 룸에 깔리는 기본 안주 구성만 봐도 대략적인 원가 구조가 훤히 읽힙니다. 어제는 평소 자주 들르는 곳에서 30만 원짜리 세트와 80만 원짜리 세트의 마진율 차이를 뜯어보다가 사장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묘하게 씁쓸한 표정을 짓더군요.
주로 저가형 룸에서는 12년산 위스키 한 병을 내놓으면서 과일과 마른안주를 무한 리필로 퉁치는 전략을 씁니다. 사실 이 경우 술값 원가는 전체 매출의 30%를 넘지 않지만, 인건비와 임대료를 녹이면 마진율은 20%대로 곤두박질치죠. 반면 고가형 업소는 다릅니다. 고급 인테리어와 접객 서비스 비용을 유흥 예산 가이드에 맞춰 녹여내기에 매출 대비 원가 비중은 15% 미만으로 떨어집니다.
마진율의 비밀을 엿보는 법
사람들은 흔히 비싼 술을 마시면 사장님 배만 불려준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반대입니다. 술 자체의 마진보다는 '룸 차지'와 '서비스 차지'가 섞인 복합 상품의 구조를 봐야 합니다.
* 술 종류 확인: 12년산 vs 17년산의 원가 차이는 크지만, 업소 마진은 17년산에서 훨씬 크게 터집니다.
* 안주 구성: 과일 안주가 화려할수록 회전율은 떨어지고 마진은 낮아집니다.
* 인력 배치: 주말 피크 타임에 투입되는 인건비가 사실상 그날의 마진율을 결정합니다.
혹시 지금 계획 중인 자리가 가성비가 좋다고 느껴지신다면, 그건 아마도 사장님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서비스의 질을 포기했거나, 회전율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산이 깔린 겁니다. 반대로 가격이 부담스러운 곳은 그만큼 고정비가 높다는 반증이니, "비싸니까 바가지다"라고 단정 짓기엔 고려할 변수가 너무 많죠.
어차피 정답은 없습니다. 싼 게 비지떡일 때도 있고, 비싼 돈 주고 불친절을 사는 경우도 허다하니까요. 다만 저는 이제 술잔을 비우기 전에 계산기를 두드리기보다, 내가 오늘 지불하는 비용이 '룸의 분위기'를 사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술 자체'를 마시기 위한 것인지를 먼저 따져봅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인가요? 굳이 따져 묻지 않아도, 지갑이 얇아지는 속도를 보면 답이 나올지도 모르겠네요.